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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번역학

통역 관련 영화- 트라이브(The Tribe)

by from-lilov1523 2025. 2. 20.

 

통역 관련 영화- 트라이브(The Tribe)

 

1. 수어로만 진행되는 독창적 연출: 언어의 경계를 허물다

'트라이브(The Tribe, 2014)'는 우크라이나 감독 미로슬라브 슬라보슈피츠키가 연출한 작품으로, 영화 상영시간 내내 수어(우크라이나 수어)로만 진행되며 자막이나 음성 해설이 전혀 제공되지 않는 어쩌면 조금 독특한 영화이다. 이 작품은 음성언어가 아닌 시각적 경험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취하며, 비언어적 표현과 맥락을 해석하는 새로운 영화적 접근법을 시도한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청각장애인 기숙학교로, 주인공 세르게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생활해가는 시간적 흐름을 따라간다. 주인공 세르게이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기숙학교에 전학 오면서, 이곳에서 운영되는 비밀 조직에 휘말린다. 학교 내에서는 폭력과 범죄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며, 학생들은 도둑질, 성매매, 폭력을 통해 생존해 나간다. 세르게이는 이 조직에 적응하려 하지만, 한 여성 학생과 사랑에 빠지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그는 조직의 규율을 어기게 되고, 점차 돌이킬 수 없는 결말로 치닫는다.

 

대사 없이 진행되는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손짓, 표정, 행동을 통해 내러티브를 전달하며, 어떠한 해설도 없이 관객이 직접 해석하고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수어가 완전한 독립적 언어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청각장애인의 삶을 여과없이 더욱 현실적으로 조명하는 역할을 한다.

 

 

 

2. 폭력과 생존 본능: 인간 본성에 대한 냉철한 시선

영화 '트라이브'는 주인공의 단순한 성장 서사가 아니라, 기숙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 범죄, 생존 경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강렬한 작품이다. 인간이기에 나타나는 것들을 묘사한 내용이지만, 음성언어 없이 수어로만 전개되기에 시각적 집중이 더욱 강렬해져서 인지 청각장애인들의 어두운 면면을 더 드러낸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는 폭력적인 장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탐구한다. 특히, 수어를 사용하는 인물들이 비장애인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폭력적인 행태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오히려 '트라이브'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조명하며, 사회적 배경과 관계없이 폭력과 권력 다툼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3. 소리 없는 세상의 긴장감: 감각적 연출 기법

'트라이브'는 대사가 없는 대신 시각적 연출과 음향을 활용하여 긴장감을 조성한다. 영화는 관객이 일반적으로 듣는 대사 대신, 등장인물들의 신체 언어와 감정 표현을 통해 스토리를 전개한다. 특히, 배경음악이 전혀 없는 점은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한층 강화하며, 관객이 캐릭터들의 행동에 더욱 집중하도록 만든다.

 

또한, 침묵 속에서 작은 소리들이 강조되는 연출 기법이 돋보인다. 문이 닫히는 소리, 발걸음 소리, 몸이 부딪히는 소리 등이 더욱 선명하게 들리며, 이는 감각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이 마치 청각장애인의 세계에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들며, 관객은 등장인물들의 표정, 몸짓, 맥락을 통해 의미를 유추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독특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관객이 듣는 것이 아닌, 보는 방식으로 영화를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독특한 접근법이며 실제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인들의 입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다.

 

 

4. 수어와 영화적 메시지: 사회적 소외와 인간의 연결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사회적 소외와 인간의 연결 방식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트라이브' 속 기숙학교는 하나의 폐쇄적 사회이며, 이곳에서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계층을 형성하고 규율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이러한 규율은 폭력과 착취로 유지되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또한, 영화는 언어가 다를지라도 인간의 감정과 행동은 공통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수어가 주요 소통 방식이지만, 등장인물 간의 갈등과 애정, 폭력과 연대는 비장애인 사회에서도 익숙한 감정선으로 전개된다. 이는 결국, 언어의 형태가 달라도 인간의 본성은 동일하다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라이브'는 단순한 장애인 영화가 아니라, 장애를 하나의 문화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를 통해 영화는 수어의 언어적 독립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회적 소외와 인간 관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